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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자왈 공유화 운동[2024 곶자왈 소식지 미리보기] 곶자왈 마을이야기 - 화순 곶자왈 양선순 지질해설사 인터뷰

2024-12-23

[곶자왈 마을이야기 - 인터뷰]



주민을 지키는 곶자왈

곶자왈을 지키는 주민

양선순 지질해설사


양선순 지질해설사에게선 숲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 발현되는 건강한 자존감이 느껴졌다. 얼굴을 마주하니 동경과 호기심, 자기반성,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올라왔다. 마치 곶자왈에 들어갈 때처럼 말이다.


Q. 해설사님은 어떻게 지금의 일을 하시게 되었어요?

저는 함덕에서 나고 자라고 서울로 상경했어요. 잘 매칭은 안 되시겠지만, 전자공학 관련 일을 했어요. 비전이 있다고 해서 선택했었죠. 서울 생활을 하던 중에 저한테 원인 모를 이상이 생겼어요. 육체적으로는 큰 이상이 없었지만, 어느 날부터인지 자꾸 몸이 아팠어요. 병원에 가도 진단명을 알 수 없었죠. 없던 아토피도 생기고. 원인 불명의 우울감에 시달리기 시작했어요.

어느 날 종로서적 앞에 제주도 사진이 크게 표지로 걸린 잡지가 있는 거예요. 갑자기 거리 한복판에서 눈물이 막 쏟아졌어요. 그길로 두 달간 병가를 내고, 고향으로 내려왔죠. 신기하게도 건강이 점차 회복되었어요. 고향이 너무 그리웠고, 그리워서 지독한 향수병에 걸렸던 거예요.


Q. 무작정 내려오신 건가요?

네, 그냥 무언가에 홀린 듯 내려왔죠. 그런데 그 뒤가 더 웃겨요. 눈만 뜨면 가방을 싸서,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밖으로 나간 거예요. 그때 올레길이 갓 생길 때였는데, 그 길을 걸었어요. 걷다 보니 어릴 때 느꼈던 제주가 아닌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제주도에 대해 최대한 알고 싶어졌어요. 그때부터 제주도에 대해 알 수 있는 교육은 무작정 참여했죠. 역사, 문화, 생태, 지질 분야를 가리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더 깊이 빠져들었고, 정신 차리고 보니 지금 이 일까지 하게 된 것 같아요.


Q.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빠지신 거네요.

네, 특히 지질 쪽이 재미있어서 지질학과로 진학을 알아봤어요. 우리나라에 관련 학과가 많지 않고, 육지로 다시 가야 했고, 아무튼 여건이 어렵다 보니,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지질해설사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Q. 곶자왈을 해설하실 때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곶자왈의 이해는 그곳과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의 생활 이해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곳의 주민들이 곶자왈과 어떻게 공존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결국에는 그곳에 사는 동·식물에 대한 배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거든요. 생활의 이해가 곧 터전의 보존으로 연결되는 셈이죠.

정말 잊히지 않는 에피소드가 있어요. 화순 곶자왈 입구 어디선가 비명이 크게 났어요. 곧 119 구급차도 들이닥쳤죠. 놀라서 뛰쳐나가 봤더니 소하고, 관광객이 대치하고 있는 거예요. 입구에 있는 소를 보고 기겁한 거죠. 위험한 소를 이렇게 버려둬도 되냐며.

놀랐어요. 소가 위험하다니. 소는 그냥 풀을 먹고 있었는데 말이죠. 소방관도 어이없어하며 돌아갔죠. 화순 곶자왈은 예로부터 목장으로 사용된 곳이에요. 이 곶자왈 곳곳에서는 잣담이 있고, 소들이 지나다니는 숲 터널도 있어요. 지금도 소들의 터전이고, 어찌 보면 저희가 그곳을 침범한 건데 오히려 성을 낸 셈이죠. 결국 그 곶자왈이 마을에서 어떤 기능을 해왔는지, 그 기능이 왜 중요했는지를 이해한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겠죠. 오히려 행운이라며, 사진을 찍고 인사하지 않았을까요?


Q. 공감과 이해를 이끌 수 있는 체험 같은 것이 있을까요?

제 어릴 적하고 직접 관련 있는 체험이 하나 있어요. 예전에 초등학교 다닐 때 학교 가는 길에 도시락을 거의 다 까먹었어요. 그러면 곶자왈에 들어가 그 빈 도시락에 먹을 것을 채워요. 상동나무의 열매 같은 거요. 상동나무는 다른 활엽수들이 낙엽이 지고 있을 때 꽃이 피고, 봄에 열매가 익는 독특한 나무예요. 그 나무에서 열린 열매는 새콤달콤 여러 가지 맛이 나는데, 그 열매를 정신없이 땄죠. 그러다가 정신 차리면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친구들이 보여요. 결국 그날은 땡땡이를 치는 거죠.

아직도 곶자왈에는 이 상동 열매가 제법 남아 있어요. 그래서 체험을 진행하다 눈에 띄면 하나씩 먹어 봐요. 곶자왈이 생태환경이 아닌 먹을 것을 나누는 아주 중요한 식량 창고라는 점을 강조하면서요. 어릴 적 제 간식이, 지금은 중요한 체험 교보재가 된 거죠.



Q. 보람 있는 일도 많으셨겠어요.

2015년인가 제주외고를 다니던 한 학생이 지질공원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러 왔었어요. 아무래도 그 나이대에는 돌이나 풀에 관심을 두는 학생이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인지 그 학생도 처음에는 투덜거렸었는데, 그래도 같이 곶자왈을 탐방하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들려줬죠.

그러고 나서 그 학생에게 연락이 왔어요. 그날의 체험이 기억에 남아서 지질학과로 진로를 결정했다고요. 제가 꿈꿔왔던 것을 그 학생이 대신해 주는 것 같아 흥분되기도 했고, 짧은 만남이었음에도 인생의 큰 결정에 이바지하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보람도 많이 느껴졌어요.


Q. 해설사님께서는 어떤 곶자왈을 그리고 계시나요?

저는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어려운 숲이 아니라, 정말 노는 숲의 곶자왈을 그려보고 싶어요. 이전부터 우리가 곶자왈하고 그렇게 살아왔잖아요. 정적으로 관람하는 공원이 아니었으니까요. 삶의 터전, 놀이의 터전으로 다시 돌려놓고 싶어요.

그 놀이의 기획은 곶자왈에서 생활했던 세대들의 기억에서부터 시작할 거예요. 기억과 재미의 연결을 통해 지역과 곶자왈을 바라보는 인식을 조금씩 변화시켜나가고 싶어요. 그러면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여기에 사는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을까요?


대담자 장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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