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자왈과 문화 ② – 이화정 작가 인터뷰]

순수와 열정으로 구현한 곶자왈
이화정 터프팅 작가
작품 활동이라고 하면 으레, 한 자리에 앉아 정적인 모습으로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화정 작가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이런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청년의 열정을 닮은 듯 한 경쾌한 움직임에 가까웠다.
Q. 터프팅(tufting)이 아직 생소한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으세요?
터프팅이란 잔디가 촘촘하게 모인 ‘다발’을 뜻하는 ’tuft’에서 따온 말로, 잔디를 심듯이 터프팅 건을 이용해 천 위에 실을 심는 직조 기법을 말합니다. 터프팅은 전통적으로 산업용 러그를 만들던 텍스타일 공예이지만, 최근 예술가들이 터프팅 기법을 활용하여 자신들만의 아트워크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유행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어요. 요즘에는 입체감 있는 예술작품에서부터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까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Q. 취미를 넘어선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남다를 것 같아요.
대학 시절 조기 졸업을 할 정도로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지만, 막상 졸업을 하고 나니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몰라서 답답했어요. 주변에서는 취업을 위해 각종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전 꿈이 아닌 일에 간절한 마음으로 뭔가를 할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일단 무엇이든 경험해보려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터프팅을 처음 접했고, 정적인 다른 공예와 달리 작업 속도가 빠르고 직관적인 터프팅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인턴을 하며 모아두었던 돈으로 터프팅 재료를 구입하고, 제 방의 침대도 없애가며 그야말로 ‘방구석’에서 터프팅을 시작했어요. 그런데도 좋아하는 일을 하니 정말 행복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직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Q. 곶자왈과 관련된 작품을 만들고, 또 전시도 진행을 하셨잖아요. 많은 주제들 중에서 곶자왈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제주도에서 산지 올해로 10년차가 되었지만, 곶자왈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러다 신문사 인턴 기자로 일하면서 취재를 위해 곶자왈과 오름 등 제주의 구석구석을 다니게 되었는데, 이때 곶자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푸르고 넘쳐나는 생명력에 되려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죠. 이런 곶자왈을 저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그 소중함과 중요성을 알려보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Q. 지난 1월, 한 카페에서 열렸던 개인전 <1월의 숲>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1월의 숲’은 추운 겨울에도 곶자왈과 실이 주는 포근한 온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진행하게 된 전시입니다.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제가 직접 곶자왈을 거닐며 보고 느꼈던 것들을 표현한 작품이었는데, 관람객들의 반응도 좋아서 뿌듯했어요. 또, ‘project:우연’이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했는데, 방명록 대신 좋아하는 색의 실을 골라 터프팅 체험을 하면 하나로 합쳐 러그로 만드는 프로젝트였어요. 많은 분들의 취향이 우연히 만나 탄생한 러그를 보여드리면서 터프팅이라는 장르를 더욱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Q. ‘공존(共存)’이라는 작품은 정말 곶자왈을 사진으로 옮겨놓은 것 같더라구요. 굉장한 집중력과 섬세함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공존이라는 작품은 이름 그대로 북방계의 식물과 남방계의 식물이 공존하고 있는 제주의 곶자왈을 떠올리며, 독특한 숲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려 했어요. 작품 속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데요. 이 모습을 통해 서로 다른 존재들을 배려하며 살아갈 때 비로소 ‘나’도 존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어요.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약 한 달간의 시간이 걸렸고, 제가 작업한 첫 대형 작품이라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 중 하나에요.


Q. 그간의 작품 중에서도 특별히 더 마음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조화(調和)라는 작품인데요.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거울을 활용해 땅, 물, 이끼, 나무, 꽃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곶자왈의 조화로운 자연을 표현했어요. 그리고 그 거울 속에 비친 인간이라는 존재도 자연의 일부로서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볼 때마다 비춰지는 제 얼굴을 보며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자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서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에요.
Q. 앞으로 작품에 담아내고 싶은 곶자왈의 한 장면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곶자왈에 직접 가야지만 느낄 수 있는 엄청난 생명력을 구현해보고 싶습니다. 살기 위해 바위를 깨서라도 뿌리내리는 나무들, 멸종 위기의 식물들을 작품으로 표현해 사람들로 하여금 곶자왈이 주는 감동과 웅장함을 전해주고 싶어요.
Q. 이화정 작가에게 곶자왈이란 무엇일까요?
한 권의 책과 같아요. 좋아하는 책은 읽을 때 마다 새롭고 매번 다른 교훈을 얻게 되듯이, 곶자왈은 매번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과 함께 다양한 영감과 교훈을 주거든요.
대담자 이은영
[곶자왈과 문화 ② – 이화정 작가 인터뷰]
순수와 열정으로 구현한 곶자왈
이화정 터프팅 작가
작품 활동이라고 하면 으레, 한 자리에 앉아 정적인 모습으로 작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이화정 작가가 작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은 이런 생각과는 완전히 달랐다. 청년의 열정을 닮은 듯 한 경쾌한 움직임에 가까웠다.
Q. 터프팅(tufting)이 아직 생소한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으세요?
터프팅이란 잔디가 촘촘하게 모인 ‘다발’을 뜻하는 ’tuft’에서 따온 말로, 잔디를 심듯이 터프팅 건을 이용해 천 위에 실을 심는 직조 기법을 말합니다. 터프팅은 전통적으로 산업용 러그를 만들던 텍스타일 공예이지만, 최근 예술가들이 터프팅 기법을 활용하여 자신들만의 아트워크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유행의 흐름을 타기 시작했어요. 요즘에는 입체감 있는 예술작품에서부터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까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Q. 취미를 넘어선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가 남다를 것 같아요.
대학 시절 조기 졸업을 할 정도로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지만, 막상 졸업을 하고 나니 제가 뭘 하고 싶은지 몰라서 답답했어요. 주변에서는 취업을 위해 각종 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는데, 전 꿈이 아닌 일에 간절한 마음으로 뭔가를 할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일단 무엇이든 경험해보려 다양한 활동을 하다가 터프팅을 처음 접했고, 정적인 다른 공예와 달리 작업 속도가 빠르고 직관적인 터프팅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인턴을 하며 모아두었던 돈으로 터프팅 재료를 구입하고, 제 방의 침대도 없애가며 그야말로 ‘방구석’에서 터프팅을 시작했어요. 그런데도 좋아하는 일을 하니 정말 행복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직업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 같아요.
Q. 곶자왈과 관련된 작품을 만들고, 또 전시도 진행을 하셨잖아요. 많은 주제들 중에서 곶자왈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제주도에서 산지 올해로 10년차가 되었지만, 곶자왈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러다 신문사 인턴 기자로 일하면서 취재를 위해 곶자왈과 오름 등 제주의 구석구석을 다니게 되었는데, 이때 곶자왈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푸르고 넘쳐나는 생명력에 되려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죠. 이런 곶자왈을 저만의 방식으로 표현해 그 소중함과 중요성을 알려보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Q. 지난 1월, 한 카페에서 열렸던 개인전 <1월의 숲>은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1월의 숲’은 추운 겨울에도 곶자왈과 실이 주는 포근한 온기를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진행하게 된 전시입니다.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제가 직접 곶자왈을 거닐며 보고 느꼈던 것들을 표현한 작품이었는데, 관람객들의 반응도 좋아서 뿌듯했어요. 또, ‘project:우연’이라는 사이드 프로젝트도 진행했는데, 방명록 대신 좋아하는 색의 실을 골라 터프팅 체험을 하면 하나로 합쳐 러그로 만드는 프로젝트였어요. 많은 분들의 취향이 우연히 만나 탄생한 러그를 보여드리면서 터프팅이라는 장르를 더욱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요.
Q. ‘공존(共存)’이라는 작품은 정말 곶자왈을 사진으로 옮겨놓은 것 같더라구요. 굉장한 집중력과 섬세함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공존이라는 작품은 이름 그대로 북방계의 식물과 남방계의 식물이 공존하고 있는 제주의 곶자왈을 떠올리며, 독특한 숲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려 했어요. 작품 속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서로 경쟁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데요. 이 모습을 통해 서로 다른 존재들을 배려하며 살아갈 때 비로소 ‘나’도 존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어요.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약 한 달간의 시간이 걸렸고, 제가 작업한 첫 대형 작품이라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 중 하나에요.


Q. 그간의 작품 중에서도 특별히 더 마음이 가는 작품이 있나요?
조화(調和)라는 작품인데요.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거울을 활용해 땅, 물, 이끼, 나무, 꽃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곶자왈의 조화로운 자연을 표현했어요. 그리고 그 거울 속에 비친 인간이라는 존재도 자연의 일부로서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볼 때마다 비춰지는 제 얼굴을 보며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자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서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이에요.
Q. 앞으로 작품에 담아내고 싶은 곶자왈의 한 장면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곶자왈에 직접 가야지만 느낄 수 있는 엄청난 생명력을 구현해보고 싶습니다. 살기 위해 바위를 깨서라도 뿌리내리는 나무들, 멸종 위기의 식물들을 작품으로 표현해 사람들로 하여금 곶자왈이 주는 감동과 웅장함을 전해주고 싶어요.
Q. 이화정 작가에게 곶자왈이란 무엇일까요?
한 권의 책과 같아요. 좋아하는 책은 읽을 때 마다 새롭고 매번 다른 교훈을 얻게 되듯이, 곶자왈은 매번 새로운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과 함께 다양한 영감과 교훈을 주거든요.
대담자 이은영